반응형
🎬 영화 리뷰: 《야당》 — 혼란과 균열 속에 피어난 인간의 민낯
글: 한국 영화 평론계의 시선으로
2025년 상반기, 한국 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 정치 드라마 《야당》은 단순한 정파의 대립을 넘어, 권력과 진실 사이의 회색 지대를 고발한다. 이 영화는 정치물의 외피를 입고 있지만, 실상은 인간 심연에 대한 날카로운 심리극이다.
서사의 구조: 이념 아닌 인물로 말하다
감독 정윤철은 《야당》에서 정치의 도구로서의 인물이 아니라, 정치에 휘말린 인간에 집중한다. 주인공 김재훈(이병헌 분)은 전직 검사 출신의 야당 대표로, 부패 권력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신념과, 점점 침식되는 이상 사이에서 고통받는다. 그의 내면적 갈등은 단순한 정의와 악의 구도가 아닌, 현실정치의 모순과 복잡함을 담고 있다.
연출과 미장센: 절제 속의 폭발
카메라는 종종 인물의 뒷모습을 오래 비춘다. 정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은 뒷모습은, 이 영화의 핵심 미장센이다. 광화문과 여의도, 검찰청 복도, 비공개 회의실 등의 공간이 어둡고 건조하게 묘사되며, 감정은 철저히 억제된 상태에서 축적된다. 그 억제가 결국 후반부의 폭발적 감정 해소로 이어지며, 관객에게 강한 후유증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 믿고 보는 이름들
이병헌은 말이 필요 없다. 단 한 장면, 대통령과의 독대 씬에서 그는 한 치의 떨림으로 권력의 공포를 체현한다. 또한, 김선영, 박해준, 김무열 등 조연들의 연기 역시 설득력과 현실감을 극대화하며, 이야기의 균형을 잡는다. 정치영화가 자칫 빠지기 쉬운 연설 중심의 전개 대신, 인물의 표정과 침묵을 설득력 있게 활용한다.
주제의식: 이상이 배신당하는 순간
《야당》은 정치의 추악함을 고발하는 영화라기보다, 이상주의가 어떻게 현실에 의해 소멸하는가를 보여준다. 영화 말미, 김재훈이 혼자 남겨진 장면에서 비로소 제목 '야당'의 진의가 드러난다.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위치가 아니라, 시대정신과 괴리된 외로움의 상징이다.
📌 총평
《야당》은 올해 한국 영화계가 도달한 정치 드라마의 정점이라 할 만하다. 흔한 자극이나 음모론적 접근을 피하면서도, 정치의 본질과 인간의 나약함을 동시에 직시한 영화. 정치란 결국 사람의 문제이며, 그 안에 깃든 비애와 희망이 이 영화의 가장 깊은 울림이다.
